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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결정사] 같은 사람을 다른 곳에서 또 소개받은 후기(하)

by _화양연화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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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이전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혹시나 이전글을 보지 않고 오셨다면 먼저 보고 오시기를 추천한다.
 
[결정사] 같은 사람을 다른 곳에서 또 소개받은 후기(상) (tistory.com)

[결정사] 같은 사람을 다른 곳에서 또 소개받은 후기(상)

결정사 카테고리에 새 글을 쓰는 게 참 오랜만이다. 사실 다른 후기들을 써 볼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계속 후기가 결국엔 남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만 하게

monologuehj.tistory.com

 
이전에 밝혔던 대로 결정사, 마담뚜 소개 이것저것 받다 보니 이전에 소개로 들어온 사람을 다른 곳에서 또 소개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났든 안 만났든 이전에 봤던 프로필 다 포함이다.) 
 
나는 안만났어도 프로필 받았던 사람을 대충은 기억을 한다. 그런데 의사들은 기억이 리셋되는지 이전 만남들에 대해 기억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한 번은 상대가 정말 아닌 경우였는데 나는 어떤 만남이든 그 시간만큼은 재미있게 보내자라는 신조라서 궁금한 걸 다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치과 개업의였는데 소개를 정말 많이 받았었고 예전에 만났던 사람인 줄도 모르고 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몰라봤다가 대화를 점점 하면서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오늘 내가 이야기할 사람은 5살 연상의 내과의사다.
 
5년 전 듀오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사람이 정말 정말 재미가 없었다.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정말 드물게 키가 컸다. 프로필에 185cm라고 나와있었는데 적어도 늘려서 적은 건 아닌 듯했다. 보통 내가 힐을 신으면 나랑 키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들이 너무 많았는데 힐을 신었는데도 확실히 나보다 컸다.
 
근데.... 음... 그 외에는 다 단점인 것 같다. 외모적으로는 눈이 작고 턱이 김구라 같은 주걱턱이었다. 그리고 배가 나온 50대 아저씨 같았다. 듀오에서 제공한 사진과 너무 달랐다. 그리고 말주변이 너무 없었다. 긴장해서 그런 건지 아님 내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의 핑퐁이 이어지지 않았다. 일부러 그 사람이 좋아한다는 야구 이야기(프로필에 기재된 사항)를 꺼냈는데도 말이 없었다. 보통 의사들은 본인이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의 화제가 나오면 신나서 이야기를 줄줄 한다. 
 
그러니 당연히 한 번의 만남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 2년 정도 지났을 때인 것 같다. 당시 난 가연도 하고 마담뚜 소개도 동시에 받고 있었는데 마담뚜를 통해 이 내과의사 소개가 또 들어왔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이 남자가 지지리도 재미없는 사람이란 인상이었기 때문에 고민도 없이 거절했었다. 그때도 소개해주시는 분이 상대방은 보고 싶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한번 만나봐라 말이 많았다는데 엄마가 알아서 커트해 주셨다.
 
그러고 또 2년 정도 기간이 지나고 다른 마담뚜 아줌마에게서 소개가 들어왔는데 또 이 내과의사였다. 당연히 나는 거절이었고 엄마도 나의 의사를 존중해 주셨었다. 그런데 기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그쪽도 많이 급했었나 보다. 상대방 남자 의사 어머니가 계속 이 만남 성사시켜 달라고 마담뚜 아줌마한테 계속 요청을 했다는 거다.
 
보통 마담뚜를 통해 전문직을 소개받으면 매 건당 10만 원 정도 소개비를 드린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그 돈도 안 받을 테니 한번 만나보라는 거다. 이쯤 되자 우리 엄마도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절대 안 해!'였는데 나도 이제 나이는 들었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이렇게 여러 번 만나고 싶다는데 거절하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만나러 가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런데 만나 보겠다고 한 다음 날 아침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출근 안 하는 토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원래라면 나는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다. 그런데 잠결에 전화를 받은 것이다. 전화를 한 사람은 그 내과의사의 어머니였다. 엄청 놀랐다!!! 그래도 내가 소개받은 경험이 적지는 않은데 상대방 어머니가 먼저 전화를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먼저 남자와 언제,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지 질문부터 했다. (전날 이미 그 남자와 난 통화를 했었고 만남 약속을 잡았었다.) 약속을 잡았다니 이제 안심이 된다며 우리 아들은 이전 만남은 기억을 못 하니 오히려 잘됐다 생각하고 잘 만나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은 이런 걸 싫어하고 저런 걸 좋아하니 참고하라는 거다.
 
나는 이 전화가 굉장히 불쾌했다. 일단 말투부터 고압적이었다. 그리고 약속 잡았는지는 아들한테 물어보면 되지 왜 아무 관계도 아닌 나에게 물어보는지도 의아했고 왜 나에게 그 남자에게 잘 보이게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라고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친구들이 말했던 바로 아들 가진 엄마들의 갑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참 바보 같았던 게 그 통화하면서 아니다 싶었으면 바로 그 사람 어머니께 당당하게 안 만나겠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상대가 어른이라고 바보같이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일단은 네네 하면서 예의 있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엄마한테 바로 전화해 세상에 그 사람 어머니가 나한테 전화해서 이딴 소리를 했다라며 징징거리기만 했다. ㅠㅠ
 
우리 엄마는 그 사람 어머니도 아들이 장가 안 가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냐며 아들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화를 했을 것이라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여러 번 거절을 했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마음이 상해 말투가 그랬을 수도 있다며 그쪽 입장에서 이해해 보자라고 하셨다. 
 
결국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내과의사와의 약속에 나가기는 했다. 
 
한 시간 반정도 차만 마셨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4년 전과 다르게 열심히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못생겼고 배는 나왔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다음 약속도 잡았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계속 만남을 지속하게 되었는데 5번 정도 만났을 때 사주를 보러 가자는 거다. 나는 대학생 때나 친구들과 사주카페 같은 곳에서 재미로 본 적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걸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혼자서 여러 철학관을 돌아다닐 정도로 사주, 궁합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처음에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계속 옆에서 가자고 하고 얼마나 신기한지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니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따라나섰다.
 
철학관에 가니 개량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각자의 사주도 설명해 주고 궁합도 봐주었다. 근데 웃겼던 게 궁합을 보면서 남자한테는 여자가 과분한데 여자는 남자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진짜 속으로 놀랬다. ㅋㅋㅋ 나한테 어울리는 남자는 물의 기운이 많은 남자이고 관상학적으로도 눈에 물기를 많이 머금은 소눈 같은 눈을 가진 남자를 만나는 게 좋다고 했다. 근데 내가 나이가 있으니 그냥 잘 만나보라고;;; ㅠㅠ
 
그렇게 철학관을 나오는데 들었던 내용이 맘에 안 드는지 그냥 재미로 본 거지 저런 말을 다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고, 내가 한 번도 철학관 안 와 봤다고 해서 경험 삼아 같이 와 준거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행동이 그냥 남자들의 귀여운 허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만날수록 이런 모습이 너무 자주 보였다.
 
본인이 의대를 현역으로 간 걸 엄청 자랑스러워하며 재수, 삼수한 것은 꼼수 부려 의대온 거라며 폄하했는데 알고보니 본인도 현역이지만 인문계(문과)에서 교차지원한 거 였다. 자연계(이과)가 수학, 과학만 놓고 봐도 공부 내용이 훨씬 많은데 본인의 논리대로라면 본인도 꼼수부려 의대 간 거 아닌가 물어봤더니 어쨌든 본인은 항상 정도만 걸어온 사람이란다. 
 
그리고 항상 본인을 스스로가 성인(聖人)이라는 것도 웃겼다. 운전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제일 싫다고 했고 따로 보호구역이 왜 필요하냐고 했다. 우리나라를 망치는 건 3040 애엄마들이라는 발언도 했다.
 
나는 소소하게 주식을 조금 하고 있는데 수익이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해하며 엄청 물어보면서도 나보고 돈을 좇는 삶을 살지 말란다. 그러곤 개업의 친구들이 어디 건물을 샀네 걔가 학교 다닐 때는 이면지도 아껴 쓰던 앤 데 지금은 돈에 혈안이 되어 의료인이 아니다 이런 말들을 자주 했는데 그저 돈 잘 버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듯했다. (참고로 그 내과의사는 페이닥터다.)
 
본인은 집도 없이 동생이 산 집에 혼자 살고 있는데 맨날 본인이 동생 집에 살아주는 거란다. 동생은 재활의학과 개업의로 와이프가 강남의 30억대의 아파트를 해와서 거기서 신혼집을 차려 살고 있다. 전세를 주면 전세가가 얼만데 저런 소리를 하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동생 와이프는 가정주부임에도 시댁에 온 게 첫 시어머니 생신 한 번이고 명절에도 온 적이 없다고 했다. 경우 없는 여자라며 나보고 너는 그러면 안 된다 이러더라. 결혼한 여자의 최고의 스펙은 친정이 잘 사는 것이라더니 이 말도 정말 맞는 말인가 보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나이에 무려 모태솔로였는데, 왜 모태솔로인지 알 거 같았다. 대학 때부터 쭉 쉬지 않고 소개를 진짜 많이 받았는데 본인이 눈이 높아서 만남을 지속한 여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여자들이 안 만나준 거 같은데;;; 
 
솔직히 나도 하나도 잘난 것 없다라며 내 자아성찰을 끊임없이 하면서...... 3개월 정도를 만나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아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수위조절을 하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그냥 내가 만나본 남자들 통틀어서 가장 찌질하고 열등감도 많고 이상한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마도 내 나이 또래 미혼녀들은 이제 원하는 조건들을 하나 둘 버리기 시작하고 예전에는 만나볼 생각조차도 안 해 본 남자들을 고려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나이에 상상 못 할 똥차를 이제 와서 만나기도 할 것이다. 20대라면 그냥 인생 경험했다라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 30대가 되어서는 데미지가 엄청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어릴 때 남자 많이 만나보라고 하는 가 보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사진은 내 외모 이상형이라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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